Hasselblad X2D 촬영: 포항 장길리

2022. 10. 15. 08:34Chat : 아무 이야기

며칠 전 X2DXCD 35-75mm F3.5-4.5 렌즈 테스트 겸 포항 장길리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겨우 한여 시간 남짓, X2D를 제대로 사용해보기에는 시간이 다소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항상 그렇듯 새 카메라와 함께하는 그 순간만큼은 내내 신나고 즐겁기 마련이다.

예상대로 X2D의 선명하고 넓은 EVF(Electronic Viewfinder)는 촬영 장면의 구도와 피사체의 구성 그리고 노출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함이 크게 느껴졌다.

 

바다 배경의 사진 촬영 시 나는 장노출을 선호하기에(근래 조금 시들해지기도했지만 나름 연작 개념이라 생각하고 올해는 그냥 진행 중이다.) 기본 ND1000 필터를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상황에 따라 더 긴 노출시간을 주기 위해 ND8 혹은 64를 1000 필터에 겹쳐서 사용하기도 한다.) 기존 907X는 더 높은 농도의 ND 필터를 사용할수록 자동 초점(AF) 인식률이 떨어져 내가 원하는 곳에 초점을 제대로 맞추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대부분 수동 초점(MF)으로 모드를 변환해 사용을 해왔다. 하지만 X2D는 ND 필터들을 여러 장 겹쳐 사용해도 AF 인식률이 아주 높았다.(아주 가끔 초점 검출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잘 작동했다.) 이것이 콘트라스트(Contrast) 초점 검출만 지원하는 907X와 달리 위상차 검출(Phase) 방식이 더해진 X2D의 개선된 성능에서 오는 차이인지 아니면 이번에 새로 구입한 XCD 35-75 렌즈의 AF 검출 능력에 따른 차이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아직 다른 XCD 렌즈들을 X2D에 사용해보지 않아서...) 아무튼 나름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또한 907X에 비해 약간 더 셔터감(진동 혹은 철컥하는 느낌)이 더해져 미러리스 카메라지만 나름 손맛이 있다.(일반적인 DSLR이나 필름 카메라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지만...) 907X는 내가 셔터를 제대로 눌렀는지 안 눌렀는지 못 느낄 정도로 좋게 말하면 정숙함이 있고 나쁘게 표현하면 그냥 너무 밋밋하다.(항상 전자 셔터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당장 와닿는 단점들로는 수동 초점 조절 시 기존 907X나 X1D에서 제공되던 포커스 피킹(Focus Peaking)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선택 메뉴가 아예 없다.) 하지만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부분을 카메라 컨트롤 다이얼로 간단히 조작, 확대(Zoom) 후 세밀하게 초점을 조절할 수 있기에(이 부분에서 X2D의 EVF의 선명도가 좋아 편리하다.) 이것을 큰 단점이라 말하기는 현재 힘들지만 전작에서 되었던 기능을 왜 굳이 생략해버렸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조도가 아주 어두운 상황에서(예: 야간 촬영) 이 포커스 피킹은 미러리스 카메라에 굉장히 유용하기도 하다.(차후 펌웨어 업데이트에서 다시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하니 두고 볼일이다.)

이외 나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초점 브라케팅(Focus Bracketing: 사진의 초점을 내가 원하는 곳 기준 한 장, 그리고 그 기준 초점의 근경과 원경을 카메라가 자동으로 초점을 인식해 연달아 촬영한 후 후보정을 통해 전체 사진의 모든 부분들이 선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빠져있으며 다양한 비율의 종횡비(기본 4:3 외) 및 자르기를 아직 메뉴에서 선택할 수 없다는 점등이 내가 느낀 문제들이었다.(이러한 부분들 역시 다음 펌웨어 업데이트에서는 정식으로 지원될 가능성이 높다고는 한다.)

그러나…
이렇듯 아직은 뭔가 미완성품(기능적인 측면에서)인듯한 이 X2D는 그 촬영 결과물의 품질에서만큼은 높은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907X의 5000만 화소와 비교해 뭐 그리 큰 차이 있겠냐 싶기도 했었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X2D의 RAW 파일들은 매우 매우 샤프하고 디테일들이 소름 끼치도록 잘 살아있다. 비록 사진당 206Mb에 달하는 고용량 파일들을 라이트룸으로 불러오는 시간이 보다 오래 걸리고 기다림은 더 지루해졌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당분간은(?) 카메라 욕심 없이 재미있게 사진을 찍을 것 같다.

 

여담으로...
본 글에 첨부한 사진들은 이번에 새로 출시한 iPhone 14 Pro Max로 찍은 사진들인데 이게 정말 전화기에 딸린 카메라인가 싶을 정도로 그 성능이 놀랍다. 이제 웬만한 전문가용 디지털카메라가 아니고서야 아이폰의 카메라 성능을 넘어서기는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