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 08:13ㆍChat : 아무 이야기
현재 나는 Gossen Digisix, Sekoinc L-758D 그리고 최근 새로 구입한 KEKS KM02 이렇게 총 3대의 외장 노출계를 가지고 있다.
Gossen Digisix와 Sekoinc L-758D는 오래전(20년도 넘은 듯...) 산 것들인데 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이런 노출 관련 장비들을 처음 추가할 때의 열정과 원대하던 포부(?)와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귀찮니즘에...) 어느덧 카메라 내장 노출계만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나 역시 그 과정을 피해 가지 못하고 이 노출계들을 거의 보관만 해왔었다.
Gossen Digisix는 휴대성도 좋고 아날로그 한 조작감에 매우 직관적인 사용법을 갖춘 훌륭한 외장 노출계지만 측광 된 EV 값을 수동으로 다이얼을 돌려 노출값을 읽는 방식이다 보니 어두운 환경에서는 깨알같이 조그만 숫자값을 제대로 맞추고 읽기 불편했고 비록 작은 사이즈라 해도 카메라 핫슈 마운트에 장착 시 뭔가 언발란스한 모양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주머니에 넣어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곤 했는데 이마저 번거롭게 여겨져 결국 오랫동안 서랍 한구석을 차지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1도 스팟 측광이 가능한 Sekoinc L-758D는 노출 공부를 아주 조금 하고서는 존 시스템(The Zone System) 측광을 해보겠다며 겉멋에 구입한 것인데 큰 부피 때문에 휴대성이 떨어져 이 역시 오랫동안 서랍 속을 못 벗어나다 최근 필름 사진을 다시 찍기 시작하면서 풍경 사진 촬영 시에 간혹 요긴하게 쓰고 있기는 하다.
이렇듯 이미 가지고 있는 외장 노출계들도 잘 쓰지 않고 있는 내가 KEKS KM02를 굳이 추가 구입한 이유는 요즘 재미 붙여 쓰고 있는 중형 필름 카메라인 Fuji GSW690III와 Yashica Mat 124G에 별도의 내장 노출계가 없기 때문이었다.(Yashica Mat 124G는 내장 노출계가 있지만 단종된 전용 배터리를 구하기가 어려워 없는 셈 치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 똑딱이 카메라인 Ricoh GR3X를 노출계로 대신 활용하거나 Sekoinc L-758D를 써왔는데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느긋하게 사진을 촬영 시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그 외 상황에서의 노출 측정 과정이 번거롭기 짝이 없었다. 간편하게 카메라 핫슈에 장착해 사용하는 소형 외장 노출계가 딱 어울릴 거라 여겨졌는데 이런 형태의 대표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보이그랜더(Voigtlander) VC Meter II나 TTArtisan 제품들을 고려해 봤지만 LED가 탑재된 전자식 노출계가 더 편리하게 여겨져 비슷한 모델들을 비교하다 가장 디자인이 깔끔해 보이는 KEKS KM02로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
나는 이 노출계를 KEKS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구($108 USD + $15 USD 국제 배송료) 하였는데 국내에도 공식 판매처가 있다는 것을 주문 후 알게 되었다. 국내가격이 좀 더 비싸지만 추후 AS 등을 고려한다면 한 번쯤 고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주문 후 배송기간은 대략 일주일정도 걸렸다.
처음 받아 든 KEKS KM02는 작고 단단해 보였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본체는 말끔히 마감되어 있고 버튼들의 조작감도 또각또각 훌륭하다. 직사각의 단순한 생김새덕에 내가 가진 그 어떤 카메라들의 핫슈에 올려놓아도 위화감 없이 미학적으로 잘 어울린다.
기본 사용법도 매우 간단해 조리개 우선 혹은 셔터 우선 모드를 취향껏 선택 후 ISO를 설정하고 OLED 옆의 버튼을 누르면 측광 된 값이 즉시 표시된다. -3EV ~ +3EV까지 1/3 stop씩 노출보정 기능도 제공하며 사용자의 카메라와 렌즈에 따라 최대 및 최소 조리개값과 셔터속도값을 별도의 메모리뱅크에 저장해 그에 따른 맞춤형 판독값을 표시해 주는 세세한 옵션기능도 제공한다. 또한 카메라 핫슈가 바닥면에 장착된 롤라이 35 같은 카메라를 위해 디스플레이를 아예 위아래로 반전시켜 보여주는 모드도 있어 롤라이 사용자들에게 매우 유용해 보인다.
노출값은 거의 정확하다. Gossen Digisix, Sekoinc L-758D 그리고 내가 가진 기타 다른 카메라들의 내장 노출계들과 여러 번 비교해 봐도 별반 차이 나지 않는다. 굳이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이 노출계의 최대 단점은 충전식 내장 배터리의 내구성인데 시간이 지나 배터리 수명이 다했을 때 과연 쉽게 교체가 가능할까 하는 점 정도겠다.
최근 레트로 열풍을 타고 오래된 구형 카메라에 대한 소비가 늘고 있는 경향이 있다. 노출계가 아예 없는 모델을 쓰고 있거나 혹은 내장 노출계를 여러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고장 또는 배터리 단종 등...)에서 한 번쯤 구입해 볼 만한 제품이긴 하다. 간혹 인터넷상에서 뇌출계(노출계를 쓰지 않고 자신의 감과 경험에 의해 노출을 결정하는...)로 사진을 찍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거나 뇌출계 관련된 여러 법칙들(Sunny 16 rule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는 글들을 접하곤 하는데 괜히 아까운 필름 버리지 말고 그 어떤 형태의 노출계이든(예로 그것이 스마트폰 어플일지라도...) 그냥 적극 사용하라 권하고 싶다.
KEKS KM02 참고 리뷰 사이트: https://www.35mmc.com/12/09/2022/keks-km02-shoe-mount-light-meter-review/
이미지 출처: https://www.kekscameras.com/kekskm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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