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Developing(필름 현상): AGO Film Processor

2024. 9. 18. 21:11Chat : 아무 이야기

AGO Film Processor

Vintage VisualAGO Film Processor가 며칠 전 도착했다. 현상 온도 보정 기능을 가지고 있는 로터리 방식 자동 필름 현상기이다. 작년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부터 관련 정보는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자가 현상에 별 관심이 없어 무심히 넘겼었다.

 

AGO의 기본 컨셉은 단순하면서도 획기적이다. 시간 보상 프로그램을 내장하고 있어 기계 자체에서 온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현상 시간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즉 정해진 현상 온도를 꼭 맞춰줄 필요 없이 어느 정도 적당한 온도만 유지하면 된다. 사실 이게 정말 정확할까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직접 써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노릇이기에 뭐 어쩌겠는가? 나는 얼리버드 캠페인이 끝난 후 온전히 정가(639유로)를 주고 구입했는데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20% 할인 가격을 제공했던 캠페인에 진작 참여 할껄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AGO의 패키지 구성은 비교적 단촐하다. AGO 본체, 패터슨 슈퍼 시스템 4 2 릴 탱크(Super System 4 Developing Tanks), 릴 2개, 리어 스탠드, USB-C 충전 케이블, 구형 패터슨 탱크용 호환 아답터 그리고 탱크 깔때기(Funnel)에 구멍을 뚫을 수 있는 템플릿이 들어있다. 패키지에 동봉된 패터슨 탱크 깔때기에는 이미 구멍이 나있는데 이 구멍을 통해 용액을 탱크에 채워 넣기 때문에 만일 기존 보유하고 있는 패터슨 탱크 깔때기에도 구멍을 내기 원한다면 템플릿을 부착해 위치를 잡고 전동 드릴등으로 구멍을 뚫어주면 된다.    

 

AGO의 인터페이스는 아주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전원을 켜고 메인 메뉴에서 기본 프로그램(Default Program)을 선택, 원하는 현상 모드에서 적정 시간을 입력하고 현상액을 부은 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 후에는 AGO가 알아서 용액의 온도를 감지해 내장된 알고리즘으로 시간을 자동 보정해 현상을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한다.(정지나 수세 단계에서 온도 보정은 되지 않는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즉시 타이머가 작동하면서 교반을 시작한다. 그리고 탱크 내부 현상액의 온도를 표시하고 보정된 시간으로 타이머가 동작하는데 나 같은 경우 현상액의 온도를 20도로 정확히 맞춰줘도  AGO는 시작온도를 대부분 21도로 인식해 30~40초 정도 현상 시간이 빨라지게 된다. 따라서 이걸 감안한 현상 시간을 입력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다. 또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타이머가 종료된 후에도 약 15초 정도 더 작동한 후 완전히 멈추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매뉴얼에도 그렇게 표기되어 있기에 결함은 기계 아닌 듯...) 완료 10초가 남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비프 알람음을 내면서 경고를 해주기에 남는 시간 동안 잠시 자리를 비울 수 있어 편리하다.

 

초기화면의 셋팅 메뉴에 들어가서 회전 교반(Roll agitation: 수평 모드)과 스틱 교반(Stick agitation: 수직 모드)의 회전 속도(40~80 RPM)와 주기를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다. 또한 펌웨어 업데이트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Wifi Web Server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다. 이 기능을 켜고 데스크탑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에서 Wifi를 "AGO"로 연결 후 웹브라우저에서 제공되는 IP주소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AGO Web Server에 접근할 수 있다. 이곳에서 최신 펌웨어(V6.4)를 다운로드하거나 커스텀 현상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텍스트 편집기로 나만의 현상 레시피를 만들어 쓸 수도 있다.(아직은 별 필요성을 못 느껴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차후 AGO 유저들이 많아지면 공유되는 다양한 커스텀 데이터를 받아 이 서버에 올린 후 내 AGO에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AGO Film Processor의 또 다른 장점은 현상기를 세워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온도 센서가 직접 용액에 닿지 않기에 온도 보정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물론 필름을 완전히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용액도 더 넣어줘야 한다. 나는 마지막 수세 단계에서만 이 수직 모드를 활용하고 있다.

 

경험상 AGO를 사용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될 점은 현상기의 스핀들(Spindel)과 패터슨 탱크의 중앙 칼럼이 만나는 부분의 결착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꼭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현상 탱크를 평평한 바닥에 수직으로 거치 후 AGO를 밀어 넣어 스핀들이 탱크의 중앙 칼럼 홈 부분에 딸깍하고 체결이 돼야 한다. 이후 AGO와 탱크를 동시에 들어 깔때기의 용액 투입 구멍이 하단을 향하도록 조정해 준 뒤 탱크를 내 몸에 붙이고 AGO를 천천히 잡아당기면서 최종적으로 단단히 결합해 준다.

 

Fuji GSW690III, Kentmere 100, AGO Film Processor, Epson V850, 무수정, 라이트룸 하늘부분 선택후 -1.50, 불균일 현상
Fuji GA645Zi, Kentmere 400, AGO Film Processor, Nikon 9000ED, 무수정, 균일 현상

나 같은 경우 테스트 초기에 2 롤 정도의 필름에서 균일하지 않은 현상 문제가 생겼고 원인을 몰라 당황했었는데 이 스핀들이 현상 탱크의 중앙 칼럼에 제대로 결착되지 않아 교반이 엉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AGO와 패터슨 탱크를 수평으로 눕힌 채 결합했었는데 아마도  이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현상기와 탱크를 제대로 체결한 후에는 지금까지 균일하게 현상이 되고 있다.

 

짧은 사용기간이지만 지난 며칠간 AGO Film Processor를 사용하면서 내가 느낀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장점:

- 자동 온도 보정 알고리즘으로 인해 현상액의 온도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특히 온도에 민감한 C-41 현상의 경우에도...)

- 거의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짐으로 용액을 넣고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면 돼 여유롭다.

- 탱크에 용액을 넣고 붓는 과정이 매우 쉽고 누수등으로 지저분해질일이 거의 없다.

- 일반적인 수동 현상 방식보다 적은 양의 용액(패터슨 2 릴 탱크 기준 350ml)을 사용함으로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

- 작고 아담한 사이즈(본체: 170x137x88 mm, 550g)로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 USB-C 충전타입이라 전원선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18650 배터리 2개를 사용하는데 심지어 직접 교환할 수도 있다.

- 펌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사용자 참여방식 오픈 서버를 운영하고 있어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35mm ~ 8X10 사이즈 필름(4X58X10은 전용 릴 구입 시)을 이 AGO 한대로 현상이 가능하며 다양한 필름에 대한  현상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현재 지원하는 프로그램 목록은 아래와 같다.

B&W - General

B&W - Cinestill DF96 C-41 - Tetenal

C-41 - Cinestill

C-41 - Arista Unicolor C-41 - Bellini

E-6 - Cinestill D6

E-6 - Arista

ECN-2 - Cinestill

단점:

- 가격이 꽤 비싸다.(439유로)

- 패터슨 탱크만 사용가능하다.(패터슨 탱크의 "Swizzle" 방식을 사용하기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 텍스트 편집기로 커스텀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서버에 업로드해 AGO에 넣는 방식은 좀 불편하다. 기계 자체에서 입력이 곧바로 되었으면...

- 전자 장비가 들어간 기계이다 보니 언제 망가질까 하는 막연한 심리적 불안감이 든다.

 

전반적으로 AGO Film Processor는 나 같은 필름 현상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리한 현상기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다양한 설정과 프로그램 구성기(Programs configurator)를 통해 자신만의 현상 레시피를 만들 수 있는 옵션도 제공함으로 필름 현상에 이미 숙달된 숙련자들의 입맛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AGO가 필름 현상에 접근하는 컨셉이 아주 훌륭하다 느끼기에 만일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면 이와 유사한 방식의 아류작들이 곧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괜한 염려(?)도 해본다. 

 

원래 나는 AGO를 주문할 때 전용 4X5 릴을 함께 구입하려 했으나(4X5릴은 페터슨 3 탱크 필요.) 일부 필름에서 표면에 자국을 남기는 문제가 발생해 판매 중단되어 주문을 할 수 없었다. Vintage Visual에 따르면 이 문제를 현재 수정 중이며 새로운 릴을 9월 중 출시할 예정이라 한다.

 

다음에는 흑백 현상이 아니라 Cinestill CS41 키트로 컬러 네거티브 현상에 도전해보려 한다.

 

자료 출처: https://vintagevisual.eu/wp-content/uploads/2024/08/AGO-complete-user-manual-A4-august2024-1.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