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Developing(필름 현상): JOBO 3010 DRUM EXPERT 10 & B's processor

결국 JOBO 3010 EXPERT Drum과 B's processor를 샀다. AGO Film Processor의 개선 버전 4x5 현상릴이 판매되길 기다리고 있지만  그새를 또 못 참지 못했다. 조보 3010 드럼과 B's processor는 4x5 흑백 필름 현상용으로 사용하고 차후 AGO Processor 4x5용 현상릴 구매가 가능해지면 컬러 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3010 드럼은 국내 수입처에서 곧바로 구입이 가능했지만 B's processor는 해외 직구 제품($169)이고 판매자가 USPS로 한국으로 발송을 한 데다 추석 연휴까지 겹쳐 생각보다 배송이 오래 걸렸다. 다음부터 이 샵에서 주문할 때는 배대지를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리할듯하다.

 

조보 3010 드럼은 최대 10장의 4x5 필름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고 조보 CPP-2(or CPP-3) 같은 로터리 방식 현상기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마치 연발 권총의 탄창을 연상시키는 실린더 모양의 독특한 설계를 가졌으며 최고 품질 현상처리를 위한 전문가용 탱크 시스템이라고 조보(JOBO)는 밝히고 있다. 필름 현상 문제로 각종 고통을 호소하던 사진가들이 돌고 돌아 결국은 마지막에 선택하게 되는 종착점이랄까...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이 플라스틱 드럼통 하나가 국내 판매가격 90만 원을 넘는다. 게다가 드럼의 뚜껑을 원활하게 열기 위해서는 별도 판매하는 전용 펌프(9만 원 상당)의 구매도 고려해봐야 한다.(손으로 여는 요령을 익히거나 저렴한 펌프로 대체할 수도 있다.) 좋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선뜻 지갑을 열기에 쉽지 않은 금액이다. 특히 틈틈이 짬을내 사진을 즐기는 나 같은 아마추어 사진가는 더더욱...(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주문 버튼을 누르고 있는 나란 놈이 가끔은 참 한심하게 느껴진다.)

 

이미지 출처: https://www.jobo.com/cache/res/JOBO_Expert_10_s_1100x.jpg

3010을 처음 테스트하며 느낀 점은 필름을 드럼에 넣기 너무 쉽다는 것이었다. 암텐트에서 장착할 필름을 약간 둥글게 말아 쥐고 각 실린더에 볼록하게 돌출되어 있는 레일(?)을 따라 걸쳐 넣으면 된다. 주의할 점은 필름의 유제면(Emulsion)이 드럼의 중앙 부분을 바라보게 해야 한다. 즉 오른손잡이 기준, 필름의 노치가 내 왼쪽에 있으면 된다. 

 

3010 드럼을 주문한 뒤 수동 롤러(조보 1509 대체품) 하나를 국내 모 온라인 판매점에서 추가 구입했었다. 원래 용도는 현상 정지나 수세용으로 쓸 목적이었지만 B's processor 배송이 늦어지면서 이 수동 롤러로 시험 삼아 현상을 해봤다. Fomapan 100 필름에 400ml XTOL 1+1 현상액을 드럼에 비이커로 붇고(드럼을 약 45도 기울인 후) 재빨리 수동 롤러 위에 올린 뒤 정방향 회전 3회, 역방향 회전 3회를 연속으로 반복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꽤나 균일하게 필름이 현상되어서 매우 놀랐다. 그동안 SP-645와 SP-8x10에서 간혈적으로 발생하던 얼룩이나 줄무늬 현상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돈 쓴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여담으로 이 수동 롤러를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완전 저렴한 가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만듦새가 썩 좋지 않다. B's processor 개발자가 판매하는 Simple Roller나 Roller Mega가 훨씬 나은 선택이다. 나는 3010 드럼뿐만 아니라 작은 패터슨 탱크에서도 사용하기 위해 Simple Roller를 주문했는데 3010 드럼에는 살짝 작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큰 문제없이 사용가능하다. 어쨌든 이제 남은일은 필름 현상을 더 쉽고 즐겁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B's processor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미지 출처: 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711960827d4bdbd04ddcea6/t/66e5c7356e1e85628abb80e8/1726334774312/Bs+processor+Guide+V8.pdf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학수고대하던 B's processor가 마침내 도착했다. 온통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B's processor는 생각보다 작고 가벼웠고 어딘가 약간 허술해 보이기까지 했다. 크고 무거운 3010 드럼을 과연 이 기계가 제대로 돌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전원을 켜는 순간 웬걸 예상외로 잘 작동한다.

 

B's processor는 3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1. Mode 1: 중간 속도, 펄스(Pulse) 회전.

2. Mode 2: 느린 속도(약 10 rpm)

3. Mode 3: 빠른 속도.(약 38 rpm)

*RPM은 패터슨 탱크 기준, 3010 드럼에서는 절반 정도 속도가 나올 것으로 추측. 

 

Magnetic trigger 이미지 출처: 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711960827d4bdbd04ddcea6/t/66e5c7356e1e85628abb80e8/1726334774312/Bs+processor+Guide+V8.pdf

동봉된 자석 아답터(Magnetic trigger)를 현상 탱크에 부착(고무줄이나 스티커등으로...)하면 B's processor 본체의 센서가 회전을 감지해 3가지 모드 동일하게 정방향 2회 역방향 2회 회전을 반복한다. 자석 아답터를 쓰지 않으면 단방향으로만 회전한다. 그리고 회전에 의한 탱크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방지턱 역할을 하는 고무줄을 적절한 위치를 잡아 설치해줘야 한다. 나 같은 경우 B's processor 구입 시 함께 오는 고무줄들은 3010 드럼에 너무 작아 더 길고 두꺼운 고무줄을 별도 구입했고 이를 개퍼(Gaffer) 테이프로 붙여 고정해 놓았다. 3010같이 큰 탱크는 이 고무줄의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점:

1. Mode 3(빠른 속도)에서 아무리 고무줄과 자석 아답터의 위치를 정교하게 바꿔가며 배치해 봐도 드럼이 불규칙하게 회전(요동?)하며 이탈하는 상황이 번번이 생긴다. 처음 몇 번은 정상 동작을 하다 갑자기 회전이 느려지면서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이 문제에 관해 고심하다 개발자에게 이메일 문의를 했는데 "최근 새롭게 교체한 약간 더 빠른 모터 때문인듯하며 위치 감지와 시간 타이밍이 3010 같은 큰 직경의 드럼에서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답장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펌웨어 업데이트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라고  했다. 그래도 개발자의 답변이 신속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그 업데이트를 기다리고 있으며 개발자로부터 펌웨어 업데이트 가이드 동영상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재답신도 받은 상태이다.

 

2. Mode 3을 쓸 수 없으니 Mode 1(중간 속도, 펄스 회전)으로 현상 테스트를 진행했다. 몇몇 필름은 균일하게 현상이 되었고 일부 필름에서 같은 위치가 반복적으로 현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를 겪었다. 수동 롤러로 드럼을 손으로 굴려가며 현상을 했을 때도 생기지 않았던 문제였는데 Mode1의 회전 속도와 주기가 3010 드럼에 충분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했다. 그런데 전습 과정을 생략하고 현상(Fomapan 100, XTOL 1+1, 400ml)을 진행하니 이 문제가 사라진 것처럼 보여 앞으로 좀 더 테스트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오늘 가장 느린 rpm인 모드 2에서 전습을하지 않고 테스트를 해봤는데 더 심하게 현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드럼의 회전 속도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3. B's processor는 3가지 고정된 속도와 1가지 종류의 회전 주기만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속도는 장착된 모터의 한계가 있기에 쉽게 바꿀 순 없겠지만 적어도 회전 주기만큼은 좀 더 다양하게 사용자가 설정 가능토록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USB 포트가 있기에 간단한 프로그램이나 앱을 개발자가 제공(유료로라도) 해 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JOBO 3010 EXPERT 드럼과 B's processor의 조합은 Jobo CPP-2(or 3)나 CPA-2 같은 전문 로터리 프로세서를 사용할 여건(금액 이나 공간등의 제약 때문에)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저렴하게 로터리 방식 4x5 필름 현상 환경을 꾸밀 수 있는 매력이 있다. B's processor 자체만 놓고 봐도 시중에 많이 사용되는 거의 모든 사이즈의 현상 탱크에 사용할 수 있고 관련 악세서리들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기에 활용성도 높다. 

 

차후 B's processor의 펌웨어 업데이트가 이루어진다면 후기글을 다시 올려 볼 예정이다.

 

3010 드럼과 B's processor 구입에 관련된 최초 정보는 https://www.voigtclub.com/에 디지털암실 게시판의 길영훈 님 글을 거의 참조했다. 이외 다른 좋은 내용들이 많으니 꼭 한 번쯤 방문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