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15. 13:33ㆍChat : 아무 이야기
핫셀블라드 X2D에 캐논 EF 마운트 Laowa 20mm f/4 Zero-D Shift 렌즈와 Techart TCX-01 아답터 조합을 써 본 후 서로 다른 마운트의 카메라 바디와 렌즈를 변환 아답터를 이용해 사용 가능케 하는 소위 이종교배에 재미가 들려버렸다. 이렇게 이종교배를 통해 타 브랜드들의 렌즈를 X2D에 사용 가능해지니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문득 망원 계열 렌즈 하나쯤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줌렌즈로...(자주 쓰진 않았지만 망원 계열 렌즈로는 그동안 907X에 핫셀블라드 XPAN 90mm F4 렌즈를 정품 아답터와 함께 잘 쓰고 있었다. 35mm 풀프레임 환산 기준 대략 71mm 화각이 나온다.)
사실 나는 망원계 렌즈를 구입하거나 사용해 본적이 별로 없다. 대부분의 렌즈들이 20mm 정도에서 시작해 최대 90mm에서 그쳤던 것 같다. 줌렌즈 또한 가져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추가한 핫셀블라드 XCD 35-75mm를 제외하고는 20여 년 전 펜탁스 istD를 구입했을 때 번들로 딸려온 Pentax FA J 18-35mm F4-5.6 AL 렌즈를 짧게 써본 것이 유일한 줌렌즈 사용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가벼운 장비를 선호하는 탓에 줌렌즈는 무겁고 크며 성능도 단렌즈에 비해 떨어진다는 고리타분한 옛날식 인식 탓이었는데 최근 XCD 35-75mm를 사용하면서 이렇게 편한 것을 왜 여태껏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하지만 여전히 무겁기는 하다.)
현재의 핫셀블라드 X 시스템용 망원 계열 렌즈들을 살펴보면 XCD 90, 120 그리고 135mm 렌즈들이 그 범위에 있다. 각각 35mm 풀프레임 환산 기준 71, 95 그리고 105mm 정도의 초점거리를 가지게 되며 XCD 135mm는 동봉된 X Converter 1,7을 사용 시 230mm(풀프레임 환산: 178mm)의 망원 렌즈로 활용이 가능하다. 모두 단렌즈들뿐이다. 만약 X 시스템 망원 렌즈들 중 적절한 화각의 줌렌즈가 있었더라면 별 망설임 없이 구입을 했을 것 같다.(물론 사악한 가격이 부담 되었겠지만...) 핫셀블라드 H 시스템 렌즈들 중 HC 50-110mm 줌렌즈를 XH 아답터를 써서 사용할 수 있긴하지만 내가 원하는 초점거리의 렌즈가 전혀 아니며 그 가격(신품 기준: 8,850,000원)을 고려할 때 어차피 주로 쓰는 화각대가 아닌데 거금을 투자하기에는 너무 무리가 따른다.
Techart TCX-01 아답터를 이미 가지고 있기에 캐논의 35mm 풀프레임용 망원 줌렌즈인 70-200mm 라인들도 고려를 해보았지만 역시나 카메라 센서 크기 차이에서 오는 비네팅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 찾게 된 것이 Pentax 645 FA 80-160mm F4.5 중형 렌즈이며 결국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구입을 했다.
1. 펜탁스 645 렌즈를 핫셀블라드 X 시스템 바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답터가 있다. (FotodioX & Kipon)
2. 아답터를 쓸경우 X2D의 전자 셔터를 사용해야 하므로 노출을 제어할 수 있는 물리적 조리개 링이 렌즈에 있어야만 한다.
3. 중고 가격이 너무너무 착하다.(현재 거의 모든 팬탁스 645용 중고 렌즈들이 신품 대비 중고가가 매우 낮게 측정되어있다.)
4. 환산 화각 또한 64-128mm 정도로 적당하다.
5. 원래 중형 포맷용 렌즈이기에 비네팅(Vignetting) 현상이 전혀 없다.
6. 해외 Pentax Forums에서 645 FA 줌렌즈들중 가장 높은 평점(9.44)을 받고 있는 렌즈중 하나이다.
7. 아직 신품을 구입할 수 있는(예: B&H) 단종되지 않은 현행 렌즈이며 펜탁스의 플래그쉽 중형 디지털카메라인 645Z(2014년 출시)에 나름 대응하는 렌즈이다.
이 렌즈를 중고로 이베이(eBay)에서 배송료 포함 $187.98에 구입했고 약 42,000원의 관세를 부담했다. 환율을 고려해도 관세포함 대략 30만 원이 조금 넘는다. 배송은 생각보다 빠른 3일 만에 도착했으며 비교적 평이 좋은 일본 셀러에게 구입했는데 설명처럼 제품의 포장 박스만 없지 거의 신품과 동일한 컨디션의 렌즈가 와서 꽤 놀랐다. 이 가격에...
아답터는 해외에서 FotodioX보다 평이 좋은 Kipon(P645-X1D)사의 것으로 주문했다. 역시 이베이를 통해 구입했으며 렌즈보다 오히려 비싼 $237(배송료 포함)를 지불했다.(렌즈는 관세를 별도로 냈는데 아답터는 무슨 이유인지 관세가 붙지 않았다. 기쁘면서도 뭔가 불법을 저지르는 기분이라 찜찜하다.)
총비용은 불과 64만 원 정도...
Pentax 645 FA 80-160mm F4.5 렌즈의 만듦새와 작동감은 생각보다 훌륭하다. 조리개 링은 기계적으로 또각또각 잘 움직이고 AF용 렌즈이지만 MF로 전환 시 포커스 링이 그렇게 헐겁지 않아 수동으로 세밀하게 초점을 맞출 때 불편하지 않다. 줌 조절링도 압력이 느껴지는 타이트함이 있어 만족스럽다.
특이한 점은 이 렌즈의 경우 핫셀블라드의 신형 XCD V라인 렌즈들처럼 AF와 MF를 전환할 수 있는 클러치(Clutch) 기능이 있다. 초점 조절링을 카메라 바디 쪽으로 당기면 MF, 밀면 AF로 전환이 되는데 어차피 나는 AF를 사용을 하지 못하니 나와는 무관한 일이긴 하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테스트를 해본 것이 전부이지만 렌즈의 해상력은 당연히 핫셀블라드 XCD 렌즈들만큼 샤프하지 않지만 상당히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특히나 가격을 고려한다면...) F5.6~F16까지 중심부와 주변부가 고르게 선명하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출시된 지 오래된 올드 렌즈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물론 이 렌즈는 아직 생산되고 있는 현행 렌즈이지만 태생적으로 요즘의 최신 고화소 디지털 바디를 처음부터 고려해 설계한 렌즈가 아니기에...) 색수차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잘 컨트롤되고 있다. 유일한 단점은 무게인데 제원상 렌즈 자체 무게 1,010g에 Kipon 아답터의 220g이 더해져 1,230g(UV 필터, 후드 등의 무게도 있으니 실제로는 1,300g이 훌쩍 넘는다.)이라는 육중한 무게를 자랑한다. 삼각대 사용이 필수이다.
Kipon 아답터(P645-X1D)도 그 만듦새가 제법 우수하다. 재질도 좋고 마감도 깔끔하다. Pentax 645 FA 80-160mm F4.5 렌즈와 단단하게 마운트 된다. 하지만 X2D 바디와 아답터를 체결 시 역시나 약간의 유격이 발생한다. 아답터가 원래 X1D용으로 만들어진 것 때문인듯한데 아답터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는 아마도 X2D 마운트가 기존 907X나 X1D에 비해 미세하게 변화되었는지 그로인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새로운 XCD V라인 렌즈에서도 동일 현상이 있는지는 현재 렌즈가 없어 확인해 볼순 없지만 내 X2D의 경우 기존 XCD 렌즈들을 체결 시 907X보다 조금 더 헐렁하게 마운트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용상에 큰 문제는 없지만 타이트한 핏을 좋아하는 나 같은 경우 만족스럽지 못하다. 차후 핫셀블라드 공식 수입사인 반도카메라에 X2D를 센서 청소 및 점검할 기회가 있을 때 별도 문의를 할 예정이다.(뭐 당연히 괜찮다 하겠지만...) 그리고 Laowa 20mm Shift 렌즈와 Techart 아답터의 경우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무한대에서 초점이 다소 맞지 않는다. 정확히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약간의 조절이 필요하다. 아! 장노출시 빛샘 현상은 다행히 없다.
결론적으로 Pentax 645 FA 80-160mm F4.5 렌즈는 구입 가격을 고려했을 때 꽤 만족스러운 선택임은 분명하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X2D에 사용 가능한 모든 렌즈 목록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Laowa 20mm F4 Zero-D Shift Lens with Techart TCX-01 Adapter
- Hasselblad XCD 3,5/30mm
- Hasselblad XCD 4/45P
- Hasselblad XCD 3,5-4,5/35-75 mm Zoom
- Hasselblad XPAN 4/45 & 90mm with Hasselblad XPAN Lens Adapter
- Pentax 645 FA 80-160mm F4.5 with Kipon P645-X1D Adapter
더 이상 렌즈 없어서 사진 못 찍는다는 말은 도저히 이제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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