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4. 00:35ㆍChat : 아무 이야기
며칠 전 마미야 7(Mamiya 7) 중고 세트를 구입했다.
2023년도에 웬 구닥다리 필름 카메라를 비싼 돈 주고 구입하냐 싶기도 했지만 오래전부터 써보고 싶고 또 갖고 싶던 카메라여서 고심 끝에 결정을 했다.
사실 원래 구입 1순위는 마이야 7II(구형 7과 신형 7II는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와 65mm(35mm 환산 32mm 정도) F4 렌즈였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베이를 통해 해외 구매가 가능하지만 관부가세등 추가 지출 경비를 감안해 그냥 국내샵에 올라온 마미야 7 세트 위탁 매물을 가지고 왔다. 카메라 바디와 65mm 렌즈만 있으면 만족이었지만 언제 한번 이런 거의 완벽에 가까운 풀세트 구성을 써보나 싶기도 하고 곰곰이 따져보니 가격도 크게 나쁜 것 같지 않아서 결국 큰 마음을 먹었다.
항상 그렇지만 중고 거래시 샵에서 표기한 상태보다 막상 실물을 보면 내 기준으로 그 상태가 조금씩 떨어지곤 하는데 이번에도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보이긴 했지만 내가 몹시나 까다롭겠거니 하면서 넘기는 것이 맘 편하다. 그래도 세월을 감안하면(시리얼 번호로 대략 추정컨대 1996년에 생산된 바디인듯하다.) 굉장히 관리가 잘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미야 7(특히 7II)의 중고 가격은 근래에 하늘을 찌를 듯 올라버렸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기본세트(80mm 렌즈와 함께) 정도는 아무리 상태가 좋아도 200만 원을 넘지 않았는데 지금은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어버렸다. 당시에도 비싸게 느껴져 구입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후회막급이다. 7II 바디 신품의 경우 단종(2014년)되기 전까지 $2,500을 넘지 않았던 기억이 있지만 지금 그 가격으로는 중고도 어림없다.
이러한 가격 상승의 한 원인으로 해외 유튜브의 일부 힙한 사진가들이 이 카메라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전설적인 중형 카메라"라는 타이틀을 달아가며 극찬과 함께 관심을 끈 것에 시장이 반응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관련 동영상들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6X7 중형 포맷 필름 카메라 중 렌즈 교환식이면서 마미야 7보다 작고 가볍고 조작이 편리한 카메라 시스템이 거의 없는 것도 맞는 이야기이다. 나 역시 그러한 이유로 예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카메라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형성된 가격은 너무 거품이 끼여있다 여겨진다.
고작 며칠동안 마미야 7을 만지작거려 보고 두 세 롤의 사진을 찍어본 성급한 내 느낌은, 조금 과장해서, "장난감스러운 바디에 완성도 뛰어난 렌즈를 달고 있는 카메라"라는 것이다. 온통 플라스틱(폴리카보네이트?, 물론 내부는 알루미늄 합금 소재가 들어갔다고 한다.)으로 만들어진 카메라 바디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한데 특히 ISO 다이얼과 A모드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노출보정 다이얼의 딱딱 떨어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엉성한 조작감은 아날로그 카메라 특유의 느낌을 반감시킨다. 또한 셔터 잠금 버튼의 동작과 그 조작성도 이 가격대의 카메라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매우 조악하게 느껴진다. 마미야 7 최초 출시 컨셉에 맞게 휴대성 좋은 중형 카메라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불필요한 기계적 요소들을 생략해 버린탓일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름 고급 중형 필름 카메라라는 점에서 이런 것들은 아쉽다.
반면 이 카메라의 전용 렌즈들은 상당히 좋은 만듦새와 조작감 그리고 성능을 가지고 있다. 셔터가 렌즈에 장착된 리프 셔터(leaf shutter) 구조의 이 렌즈들은 마미야 7을 더 정숙한 카메라로 만들어주며 매우 가볍고 작아 휴대성 또한 높다. 조리개링과 포커스 링은 마치 라이카의 그것처럼 부드럽고 적당한 텐션을 가지고 있어 기계식 렌즈답게 제대로 움직인다. 렌즈 해상력은 아직 테스트를 제대로 해보지 못해서 당장 뭐라 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지금껏 사용했던 다른 필름 카메라 렌즈들과 비교해 봐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샤프하며 색수차도 잘 억제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마미야 7용 렌즈들의 중고 시세가 카메라 바디에 비해 오히려 평가절하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현재 이베이등에서 N 43mm F4.5 및 65mm F4 렌즈들은 아주 상태 좋은 것들이 $1,000 전후 그리고 150mm F4.5와 210mm F8은 약 $300 정도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다.)
요즘 계속 오르고 있는 만만찮은 필름값과 현상 및 스캔의 번거로움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이 카메라를 많이 쓸런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평생 소장할 각오로 구입한 만큼 애정을 가지러 노력해야겠다.
이미지 출처:
http://www.uscoles.com/mamiya7brochure.pdf
https://www.darkroomdave.com/wp-content/uploads/2019/06/mamiya-7-II-brochure-Part1.pdf
https://www.darkroomdave.com/wp-content/uploads/2019/06/mamiya-7-II-brochure-Part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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