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필름 사진 Vs 중형 디지털 사진

2023. 3. 11. 22:01Chat : 아무 이야기

필름과 디지털로 촬영한 사진 이미지를 서로 비교한다는 것이 사실 무의미하다 생각하지만(그냥 본인 좋은 것 쓰면 됨) 동일 날짜, 위치에서 비슷한 화각의 렌즈로 촬영했던 사진이 있기에 재미 삼아 비교해 보았다.

 

Fuji GSW690III, Kodak Ektar 100, 65mm, SS120 4000dpi 스캔, 무보정
Hasselblad X2D, XCD 35-75mm, 무보정

필름으로 촬영된 첫 번째 이미지는 후지 GSW690III 중형 카메라에 코닥 엑타 100 네거티브 필름으로 찍은 사진이며 일부 파노라마 포맷(612 혹은 617)을 제외하고는 중형 필름의 가장 넓은 면적을 사용하는 6x9 판형이다. 두 번째 이미지는 핫셀블라드 X2D 중형 크롭 디지털카메라와 XCD 35-75mm 렌즈로 촬영한 사진이며 간단한 데이터 비교는 아래 표와 같다.

GSW690III으로 촬영한 네거티브 필름은 현상후 Polaroid Sprintscan 120 필름 스캐너로 4000 dpi, RAW 파일로 스캔(Vuescan 사용)하였으며 Negative Lab Pro "Basic" 설정으로 컨버팅 후 아무런 후보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이다. 핫셀블라드 X2D 사진 또한 RAW 촬영 후 라이트룸 클래식으로 가져온 무보정 이미지이다.

두 사진 간에는 렌즈 또는 판형 심도에 의한 해상력 차이가 날 수 있으며 필름의 경우 내 Polaroid Sprintscan 120 보다 나은 성능의 Hasselblad Flextight X5(통칭 이마콘 스캐너)드럼 스캐너 혹은 중형 디지털카메라로 스캔을 했더라면 더 좋은 퀄리티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리라 여겨지지만 어쨌든 현재의 상태에서 보자면 디지털카메라인 X2D로 촬영한 이미지의 디테일들이 훨씬 더 잘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의 경우 필름 사진에서 발생하는 필름 자체 특성이나 여러 외부 요인에 의한 컬러 캐스트 현상도 두드러지지 않으며(엑타 100은 마젠타 캐스트가 강한편) 현상과 스캔 시에 발생하는 수많은 먼지들과 인위적인 자국들을 일일이 수정해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훨씬 자유롭기에 후보정이 용의 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을 논리적으로 따져야 하는 상업 용도가 아닌 순수 취미(혹은 fine art 목적으로)로 사진을 즐기는 사진가라면 두 이미지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오로지 본인의 몫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라고 해봐야 그냥 분위기가 내 눈에 더 좋아 보여서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많은 비용을 들여 좋은 디지털 장비들을 구입해 놓고 다시 돌아갈 일 없을 것만 같았던 구닥다리 필름 사진을 줄곧 찍어대고 있으니 사람 속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