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 Gold 200 120 필름

2023. 11. 6. 12:57Chat : 아무 이야기

코닥 골드 200 120(Kodak Gold 200 120)은 1997년 단종되었다가 코닥에서 2022년 재출시를 깜짝 발표한 컬러 네거티브 필름이다. 필름 시장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으며 현재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코닥의 가장 대중적인 필름인 코닥 골드 200 135(35mm 카메라 전용)의 중형 포맷 버전 필름이라 보면 되겠다. 코닥은 골드 200 120을 발표하면서 "고운 입자와 높은 선명도, 따뜻한 포화 색상의 이상적 조합을 제공하는 저렴한 보급형 컬러 필름(an affordable, entry-level color film that results in an ideal combination of warm saturated color, fine grain and high sharpness)"이라 했다.

 

Leica MP 35mm 코닥 골드 200 135
300% 확대, Leica MP 35mm 코닥 골드 200 135

나는 코닥 골드 200을 135 포맷으로 먼저 접하게 되었는데 오랫동안 그만두었던 사진 취미를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20여 년간 잠자고 있던 내 라이카 MP에 오랜만에 넣어봤던 필름이기도 하다. 모처럼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며 사진을 찍는게 재미있고 새로운 기분에 들떴었지만 막상 현상된 35mm용 골드 200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대부분 슬라이드 필름을 써왔기에 네거티브 필름에 제대로 적응되지 않았던 탓도 있었겠지만 내 기준, 골드 200의 입자는 꽤 거칠고 불규칙했으며 색상 또한 다소 탁하고 먹먹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후 35mm용 필름은 줄 곧 코닥 엑타 100(Ektar 100) 그리고 중형 필름은 대부분 포트라(Portra) 계열을 써왔다.

 

Hasselblad SWC/M 코닥 골드 200 120

하지만 새롭게 출시한 코닥 골드 200 120은 135 포맷 골드 200과는 완전히 다른 필름이라는 호평일색의 여러 국내외 리뷰들을 계속 접하게 되면서 반신반의하며 수개월 전 소량 구매해 사용해보게 되었다. 원래는 새로 구입한 카메라 테스트를 할 목적으로 가격 부담이 비교적 적은 필름을 선택한 것이었는데 이때 의외로 좋은 인상을 받아 B&H에서 이 필름을 다량 구입해 지금도 잘 쓰고 있다.

 

Hasselblad SWC/M 코닥 골드 200 120

개인적으로 중형 컬러 네거티브 필름은 코닥 포트라 160을 가장 선호한다. 아주 고운 입자와 과하지 않은 채도 그리고 중립적인 색상 표현력이 마음에 들어서다. 코닥 골드 200 120은 포트라 160이나 400에 견주어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꽤 괜찮은 입자성과 넓은 다이나믹 레인지를 가지고 있으며 컬러 밸런스도 나쁘지 않다. 물론 포트라 160 보다 미세하게 필름 입자가 거칠고 튀며 채도도 좀 더 높은 편이다. 또한 특유의 오렌지 컬러 케스트가 전체적으로 살짝 두드러지기도 한다. 인물이나 사물을 디테일하게 클로즈업하는 스튜디오 촬영이나 웨딩 및 패션 사진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겠다 싶지만 일상 스냅이나 풍경 사진 용도로는 전혀 무리가 없는 좋은 필름이라 여겨진다. 포트라 계열 필름들이 좀 더 매끈하며 모던한 느낌을 가졌다면 골드 200 120은 그보다 살짝 거칠며 빈티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Hasselblad SWC/M 코닥 골드 200 120

 내가 생각하는 코닥 골드 200 120의 가장 큰 단점은 생산 단가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설계 탓인지 몰라도 기존 코닥 네거티브 필름들에 비해 두께가 얇다는 것이다. 다른 프로페셔널 계열의 필름들과 비교해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데 사진 자체에는 별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스캔을 하는 과정에서 필름이 잘 말리고 휘어져 필름 홀더에 정확히 정렬시키는 것에 애를 먹게 된다. 며칠 동안 무거운 책으로 눌러 필름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들어 놓아도 어느새 말려들곤 하는데 나에게는 꽤 피곤하고 성가신 문제라 만일 현재 남은 필름들을 다 소진하게 되면 재구입을 조금 망설일 것 같긴 하다. 하지만 한 롤당 14,000~16,000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는 이 필름의 가격(국내 기준)을 고려해 보면 용도에 따라 20,000원이 훌쩍 넘어서는 값비싼 포트라 계열 필름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이 정도 성능과 가성비를 가진 중형 컬러 네거티브 필름이 없다는데 다른 이견이 없다.

 

Hasselblad SWC/M 코닥 골드 200 120

최근 몇 년간 레트로 열풍을 타고 필름 카메라의 인기가 높아져 가고 있다.(지금은 약간 시들해진 것 같지만...) 이 흐름을 타고 컬러 슬라이드 필름의 시대가 다시 한번 왔으면 하는 개인적 바램이 있지만 여러 가지 환경을 고려해 봤을 때 그런 시절이 다시 올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슬라이드 필름은 고사하더라도 수십 년의 세월을 넘어 애써 재출시하게 된 코닥 골드 200 120 같은 필름만이라도 제조사가 유행에 흔들려 수년 내 다시 단종시키지 말고 제발 오랫동안 생산을 계속해주길 바랄 따름이다. 

 

Mamiya 7 80mm 코닥 골드 200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