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kon Super CoolScan 9000ED: 첫 사용소감

2023. 10. 21. 16:26Chat : 아무 이야기

지난 며칠 동안 니콘 쿨스캔 9000ED(Nikon Super CoolScan 9000ED) 필름 스캐너를 사용해 본 간략한 소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니콘 9000ED는 2003년 가을 발표, 이듬해인 2004년 정식 판매 후 2010년경 단종된 전문가용 중형 필름 스캐너이다. 필름 스캐너에 관해 신뢰할만한 리뷰와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인 ScanDig에 의하면 Hasselblad Flaxtight X5(또는 X1)을 제외한다면 현존하는 필름 스캐너들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지녔다 평가되고 있다.(관련된 글9000ED에 관한 자세한 리뷰를 참조해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니콘 9000ED의 대략적인 중요 스펙은 아래와 같다.

Nikon Super CoolScan 9000ED Specification

처음 이 스캐너를 구입 후 가장 궁금했던 점은 기존 사용 중이던 폴라로이드 SprintScan120(이하 SS120)에 비해 어느 정도 나은 성능을 보여줄까 하는 것이었기에 동일 필름들로 두 스캐너를 오가며 여러 차례 비교 테스트를 해보았다.
 
- 35mm 슬라이드 필름
아래는 후지 RVP100F(벨비아 100F) 슬라이드 필름으로 촬영된 사진을 폴라로이드 SS120(왼쪽)과 니콘 9000ED(오른쪽)로 각각 최대 해상도(4000 dpi)로 스캔한 무수정 원본 이미지다. 스캔 프로그램은 두 스캐너들 모두 2023년 10월 현재 가장 최신 버전(9.8.18)의 VueScan을 시용했다.

4000dpi 16bit 무수정 스캔, 완쪽: Polaroid SprintScan120 오른쪽: Nikon Super CoolScan 9000ED
중앙 부분 200% 확대, 완쪽: Polaroid SprintScan120 오른쪽: Nikon Super CoolScan 9000ED
가장자리 부분 200% 확대, 완쪽: Polaroid SprintScan120 오른쪽: Nikon Super CoolScan 9000ED

중앙과 가장자리 부분을 200% 확대한 이미지들에서 확인할 수 있듯 두 스캐너들 사이에 드라마틱한 차이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개인적으로 제조사 스펙상 9000ED의 Dmax(암부 표현 능력)가 4.8로 SS120의 4.1에 비해 더 뛰어나기에 내심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에서 9000ED가 압승하지 않을까 기대해 보았지만 이 역시 확연히 다름을 느끼진 못했다. 물론 9000ED 스캔 결과물이 시각적으로 좀 더 샤프해 보이며 암부쪽 노이즈들이 미세하게나마 매끈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스캐너 간 기본적인 성능 차이는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는... 
 
- 스캔 시간과 소음

스캔 시간 비교, 완쪽: Polaroid SprintScan120 오른쪽: Nikon Super CoolScan 9000ED

9000ED를 사용하면서 SS120과 가장 체감이 컸던 부분이 아마도 아닐까 한다. 35mm 필름 한 장을 스캔시 거의 2분여가 소요되던 SS120에 비해 9000ED는 1분 30여 초 정도로 약 25% 빨랐으며(두 스캐너 모두 초점을 맞추는데 걸린 시간까지 포함한 총시간이다.) 사이즈가 큰 중형 필름으로 갈 수로 이 시간차가 더 벌어졌다. 따라서 9000ED는 전체 필름롤을 스캔하는 시간의 상당 부분을 단축시킬 수 있어 작업 효율이 꽤 높아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소음면에서도 9000ED가 단연코 앞선다. 9000ED도 초기 필름 홀더 삽입시 진동과 소음이 다소 발생하기는 하지만 70dB 이상을 넘나들던 SS120이 내지르는 하이테크 한 날카로운 스캔 소음과 우당탕거리는 진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숙하게 느껴진다.
 
- 9000ED 필름 홀더

Nikon Super CoolScan 9000ED 4000dpi 16bit 무수정 스캔, 6X7 중형 포맷, 코닥골드200
중앙 부분 200% 확대, 왼쪽: 일반 중형 홀더 사용 스캔 오른쪽: 중형 홀더에 ANR 글라스 사용 스캔
가장자리 부분 200% 확대, 왼쪽: 일반 중형 홀더 사용 스캔 오른쪽: 중형 홀더에 ANR 글라스 사용 스캔

현재 나는 9000ED용 필름 홀더로 35mm 필름용 FH-835S, 35mm 슬라이드 마운트용 FH-835M, 중형 필름용 FH-869S 그리고 35mm 및 중형 필름에 모두 사용가능한 FH-869G ANR 유리 홀더를 가지고 있다.
필름 스캔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를 꼽자면 필름을 최대한 휘어짐 없이 평평한 상태를 유지한 채 스캔을 해야 최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캔한 이미지의 중앙 부분은 샤프하지만 가장자리로 갈수록 선명도가 떨어지는 것은 대부분 필름 홀더가 필름을 완벽히 평평하게 만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름 사이즈가 커질수록 이 현상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작은 35mm 필름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다가 중형 필름을 스캔하게 되면 휨 정도가 심해져 가장자리로 갈수록 부드러운 스캔물을 얻기 마련이기에 어떻게 하면 필름을 더 평평히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현살적인 대안은 스캐너 구입 시 따라오는 일반적인 필름 홀더보다 제조사에서 별도 구매를 대부분은 요구하는 값비싼 ANR 유리 홀더(Anti Newton Ring Glass Holder)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유리 홀더 사용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이유는 필름을 유리 홀더에 정확히 맞추어 제대로 정렬시키는 것이 꽤 손이 많이 가기도 하거니와 랜덤 하게 생겨나는 뉴턴 링(Newton Ring) 현상에서 도무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홀더의 밑면(일반 유리)과 윗면(ANR 유리)이 동시에 유리로 덮이기 때문에 먼지 유입 문제에 훨씬 더 신경을 써야만 한다.  
 

FH-869S 중형 필름 홀더, 붉게 표시된 부분을 제거해준다.

따라서 나 같은 경우 일반 중형 필름 홀더를 약간 개조 후 필름을 넣고 그 윗면을 ANR 글라스로 덮어 필름을 평평하게 만든 뒤 스캔하는 방법을 가장 선호한다.(기존 SS120 필름 홀더도 그렇게 잘 사용했었다.) 이번 9000ED 경우에도 기본 제공되는 중형 필름홀더 FH-869S의  필름면 가장자리를 잡아주는 고정 덮게(첨부 사진의 붉게 표시된 부분)를 조심스럽게 분리해냈다.  
 

고정 덮개가 제거된 FH-869S 중형 필름 홀더와 ANR 글라스

필름 홀더 덮게 부분을 분리한 덕분에 예전에 구입 및 사용을 언급했었던 ANR 글라스가 딱 맞게 들어갈 공간이 생겨난다. 이제 필름을 홀더에 넣은 후 ANR 글라스로 필름 윗면을 덮어준다. 휘어진 필름이 유리 무게에 의해 거의 평평하게 펴진 채 스캔을 할 수 있으므로 중앙부터 가장자리까지 초점이 맞는 좋은 스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필름 윗쪽 한 면만 ANR 글라스를 사용하므로 뉴턴 링 현상이 생길일도 없다.
 
이외 독일의 한 열성적인 Nikon CoolScan 8000, 9000ED 사용자가 3D 프린터로 직접 제작하는 다양한 9000ED용 필름 홀더들 중 하나를 주문해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하다. 그의 9000ED 유니버셜 홀더의 경우 여러 필름 포맷들을 단 하나의 홀더로 사용할 수 있고 각 포맷별로 딱 맞는 필름 마스크와 ANR 글라스 조합까지 갖추고 있어 좋은 품질의 스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메일 문의 결과 베이스가 되는 필름 홀더 본체와 각 포맷별 필름 마스크들을 별도로 추가 주문해야 하고 이 모든 것들을 합한 금액이 꽤 만만치 않아서 선뜻 구입하기 망설여진다.(이노무 호기심에 언젠가 구입할지도...) 아무튼 나는 개조된 FH-869S 홀더와 필름의 윗면만 덮는 ANR 글라스 조합으로 현재는 만족 중이다.
 

FH-869G ANR 유리 홀더와 자작한 X-Pan 필름용 마스크

개조된 FH-869S 홀더를 사용하더라도 35mm 필름을 사용하는 파노라마 카메라인 핫셀블라드 X-Pan의 필름을 스캔할 수는 없다. 9000ED의 35mm 필름 전용 홀더인  FH-835S는 스캔 프로그램에서 24x36mm의 영역까지만 인식하므로 24x65mm 사이즈를 가진 X-Pan 필름을 한 번에 스캔하기는 불가능하다. FH-835S를 중형 필름 홀더로 인식시키기 위해 펀치홀을 홀더에 추가로 뚫어주고 필름 지지대를 잘라내 변형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제는 구하기도 힘든 값비싼 오리지널 필름 홀더를 희생시키고 싶지는 않다.(필름의 왼쪽과 오른쪽면 반반씩 스캔해 포토샵에서 파노라마로 이어 줄수도 있지만 번거롭다.)
 
그냥 FH-869G 유리 홀더를 X-Pan 필름 전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유리 홀더의 경우 뉴턴 링 현상 때문에 꺼려지는 부분이 있으나 요즘은 X-Pan을 잘 사용하지 않고 일반 중형 포맷에 주력하고 있기에 그 사용 빈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또한 SS120 전용 유리 홀더를 이미 사용해 본 경험으로 유리 홀더에 적절한 두께의 마스크를 자작해 넣어 필름과 유리 홀더의 밑면 유리 사이에 적당한 공간을 만들어 접촉면을 줄여주면 뉴턴 링 발생 빈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X-Pan 필름 스캔용으로 자작한 마스크는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블랙 토퍼 용지를 사용했고 몇 번의 테스트 스캔 결과 아직은 뉴턴 링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종합적으로 지금까지 9000ED를 써보며 느낀 점은 기존 사용하던 SS120에 비해 기본 스캔 성능이 더 탁월하게 우수하다고는 할 수 없다.(SS120이나 9000ED나 둘 다 당시 제조사들의 최상위 중형 필름 스캐너였기에 스캔 품질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빠른 스캔 시간, 적은 소음 및 진동면에서 큰 만족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좌우 슬라이드 방식으로 개폐되는 SS120의 필름 홀더들보다 위아래로 열고 닫을 수 있는 9000ED 방식이 필름을 홀더에 정렬하기 보다 편리하며 더 단단히 고정된다 느껴졌다.
 
어쨌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종된지 이미 오래된 제품이라 혹여 고장이라도 나면 관련 부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에 평상시 유지 관리에 신경을 써 줘야 한다는 부분일 것이다. 앞으로 좀 더 사용해 보며 업데이트할 사항들이 있다면 관련글을 추후 작성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