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iyama Art Panorama 170: 토미야마 아트 파노라마 170 - Part I

2024. 1. 11. 09:56Chat : 아무 이야기

Tomiyama Art Panorama 170, Schneider 90mm Super Angulon f/5.6; Schneider Apo-Symmar 150mm f/5.6

 

잠시 정신이 나갔던 건지 전혀 계획도 관심에도 없었던 카메라를 덜컥 구입하고 말았다. 

 

Tomiyama Art Panorama 170(토미야마 아트 파노라마 170)은 그 이름처럼 파노라마 전용 필름 카메라이다. 일본의 Tomiyama Seisakusho Co. Ltd에서 1980년 4월 첫 출시되었다고 한다(출처: Camera-Wiki). 당연히 단종된 지 이미 오래된 카메라이며 제조사인 토미야마는 더 이상 카메라 제작을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35mm 필름 파노라마 카메라인 핫셀블라드 XPan(1:2.7)과 거의 같은 1:3 종횡비(aspect ratio)를 가지고 있으며 120 중형 포맷 필름을 사용한다. 한 롤당 4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한 컷당 6X17cm(실제: 57X172mm)라는 거대한 촬영 면적을 만들어낸다.(내가 구입한 카메라에는 딸려오지 않았지만 전용 612 필름 마스크를 사용하면 6X12cm 프레임으로 롤당 6장 촬영도 가능하다.)

 

나는 이미 핫셀블라드 XPan을 가지고 있고 그걸로 충분히 만족했기에 딱히 다른 종류의 파노라마 카메라를 구입하고자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비록 압도적인 필름 사이즈의 차이로 인해 6X17 포맷 중형 파노라마 카메라에서 더 크고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6X17 카메라들(예: 린호프 Technorama 617, 후지 GX617)은 너무 부피가 크고 무거워 좀처럼 들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쓰는 대부분의 카메라들이 RF(rangefinder) 형식인 이유도 작고 가벼운 휴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트 파노라마 170도 여타 다른 중형 포맷 파노라마 카메라들 못지않게 크고 무겁다. 단단한 쉿덩이 그 자체인 이 카메라는 가로폭이 대략 27cm 정도이며 무게는 슈나이더 Super Angulon 90mm f/5.6 렌즈를 장착한 상태에서 3kg도 훌쩍 넘겨버린다.

 

 

그럼 나는 왜 이토록 무겁고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을까?

 

불현듯 요즘 들어 왠지 내가 사진을 너무 쉽고 빠르게 찍어대고 있고 그에 따른 시간과 필름도 가벼이 소모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장 한 장 조금 더 노력과 정성을 들여 사진을 찍을 때도 가끔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사실 대형 포맷 카메라에 관심이 있어 이 역시 고려해 보았지만 아직은 대낮 거리에서 암막천을 뒤집어쓸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아 포기했다.)

 

이 카메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차후 따로 사용 후기를 작성하겠지만 아트 파노라마 170은 촬영 시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과 집중해야 할 부분이 많은 꽤나 불친절한 카메라이다.(예상치 못했던 몇가지 치명적인 문제점들도 존재한다.) 이런 불편함이 내 바램처럼 차분히 즐기는 과정으로 다가와줄지 아니면 그냥 지옥으로 바뀔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일단 사고는 쳐놨기에 그냥 해보는 수 외에는 이제 방법이 없다.

 

카메라를 받아 들고 간단한 테스트 촬영을 나갔다가 엄청나게 추운 날씨에 고생했다. 살을 에는 냉기와 강한 바람 탓에 마음은 또 급해졌고 처음 써보는 카메라를 조작하다 보니 별별 실수들이 다 일어났다. 촬영 후 필름 로딩하는 것을 잊어버려 의도치 않은 다중 노출도 있었고 렌즈 교환을 하면서 장착을 똑바로 하지 않은 건지 혹은 필름백을 제대로 닫지 않은 건지 사진들에 간헐적인 빛샘 현상도 보인다. 일단 뭐 사진이 찍힌다는 것은 확인했으니 다시 날을 잡아 제대로 된 테스트를 해 볼 예정이다.

 

Tomiyama Art Panorama 170 테스트 촬영 샘플:

Tomiyama Art Panorama 170, Schneider 90mm Super Angulon f/5.6 MC, Kodak Gold 200

 

Tomiyama Art Panorama 170, Schneider Apo-Symmar 150mm f/5.6, Kodak Gold 200

 

Tomiyama Art Panorama 170, Schneider Apo-Symmar 150mm f/5.6, Kodak Gold 200

 

Tomiyama Art Panorama 170, Schneider Apo-Symmar 150mm f/5.6, Kodak Gold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