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클램 PTC-4441PL 삼각대 첫인상

2024. 4. 28. 12:59Chat : 아무 이야기

그동안 내가 메인으로 사용하던 삼각대는 20여 년 전 구입한 짓조(Gitzo) G1258LVL이라는 모델이다. 1.6kg의 가벼운 무게에 당시로서는 꽤나 혁신적이었던 레벨링(Leveling) 기능을 탑재한 어디건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괜찮은 삼각대이다. 몇 해 전에는 장거리 해외여행용으로 더 경량의 짓조 GT1545T를 추가 구입해 이 역시 꽤나 만족해하며 쓰고 있다.

 

아무튼 최근 이 G1258LVL의 다리 중 하나가 세계 조여도 조금씩 헛돌기 시작했는데 부품을 분해해 살펴보니 삼각대의 카본 파이프와 락링을 연결하는 금속 아답터 내부 나사선 상태가 다소 좋지 못해 보였다. 나사 풀림을 방지하는 록타이트를 소량 추가해 주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아답터를 꽉 조여주니 우선은 멀쩡해졌다. 이후 문득 대형포맷 카메라용으로 좀 더 지지하중이 높은 대형 삼각대가 하나쯤은 필요하겠다 싶어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사실 대형포맷이라 해도 극한의 환경이 아니라면 G1258LVL정도로도 충분하다.)

 

포토클램 PTC-4441PL 제원

처음에는 짓조 GT5543LSRRS TVC-44 MK2 정도급의 모델들을 비교해 가며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훨씬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최소 비슷하거나 더 나은 스펙을 가진 포토클램(Photoclam) PTC-4441PL이 눈에 들어왔다. 45kg의 지지 하중에 36mm나 되는 두터운 파이프 지름을 가졌음에도 2.1kg의 가벼운 무게를 가진 PTC-4441PL은 내 모든 카메라 장비들을 지탱해 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오히려 오버스펙이다.) 더군다나 순수 국내 브랜드라 차후 필요할지도 모르는 수리나 부품 수급등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더 갔던 것 같다. 결국 가성비 좋아 보이는 이 삼각대를 선택해 비용을 절약하고 남는 예산으로는 예전부터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알카스위스(Arca Swiss) CUBE C1 기어헤드를 구입하는데 보태기로 했다.(CUBE C1은 조금 더 사용해 보고 추후 사용소감을 작성해 볼 예정이다.)

 

왼쪽부터 PTC-4441PL, G1258LVL, GT1545T

받아 든 PTC-4441PL의 첫인상은 우직하고 든든하며 깔끔한 만듦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존 사용하던 짓조 삼각대들과는 달리 바둑판 문양으로 촘촘하게 짜여진 유광의 카본 패턴이 시각적으로 삼각대를 더 단단하게 보이게 한다. 센터칼럼이 포함되지 않은 모델이나 최대 155cm의 높이로 삼각대 헤드 위에 카메라를 실제 마운트 했을 때 아이레벨 높이는 170cm를 훌쩍 넘기에 아주 큰 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아쉬울 일은 없어 보인다. 더 높은 위치에서 촬영해야 할 특수한 상황이 생긴다면 별도 판매하는 연장 센터칼럼을 구입해 장착할 수 있다.

 

왼쪽: G1258LVL, 오른쪽: PTC-4441PL

포트클램의 QS 락킹 시스템은 너무 쉽게 풀리지도 잠기지도 않는 딱 적당한양의 텐션을 가지고 있어 삼각대 다리를 펼치고 접을 때 훌륭한 조작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QS 락을 다 풀어놓은 상태에서 삼각대 다리를 잡고 세게 흔들어봐도 각 파이프 간의 유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신뢰성을 높인다. 처음에는 다리를 넣고 빼는게 다소 뻑뻑한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삼각대에 카메라를 온전히 설치한 상태에서 바닥 레벨 조절을 위해 다리 길이를 조정 시 오히려 이 적은 유격이 주는 약간의 압력으로 인해 더 세밀하게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약간 자동차의 에어 서스펜션 느낌이 난다고 할까?

 

PTC-4441PL에 알카스위스 CUBE C1 기어헤드를 장착한 총무게는 대략 3kg이 조금 넘는다. 장거리 백패킹이나 험한 산행에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무게지만 나 같은 경우 대부분의 촬영 범위가 주차된 자동차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별 문제 되지는 않는다. 좀 더 가볍게 짐을 꾸려야 한다면  G1258LVL나 GT1545T를 챙기면 된다.

 

전반적으로 포트클램 PTC-4441PL는 이 가격대에 해외 최고 브랜드 삼각대들의 성능을 가지는 뛰어난 가성비의 고품질 제품이라 여겨진다. 성능과 기능적으로는 전혀 나무랄 것이 없어 보인다. 단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어필되는 심미적 감성 디자인 요소들이 아직은 약간 부족하게 느껴진다. 너무 공부만 하는 공대 오빠 말고 옷 잘 입고 잘 노는 미대 오빠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있으니까... 

 

요즘 같은 시기에 국내에서 모든 관련 부품과 완성품을 직접 생산한다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일 텐데 그 도전 정신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더 높은 품질 관리와 독창적인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대한민국의 포토클램이 RRS나 알카스위스 같은 글로벌 하이앤드 브랜드로 꼭 거듭나기를 진심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