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n-Hao SH617 Panorama 4x5 Filmback

2024. 4. 9. 09:23Chat : 아무 이야기

Chamonix 45F-2 & Shen-Hao SH617 Panorama Film Back

센 하오 SH617 파노라마 필름백((Shen-Hao SH617 Panorama Roll Film Back)을 지난 몇 달간 써오며 느낀 점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어디까지나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아마추어 입장에서 쓴 글에 지나지 않기에 카메라의 기계적 원리나 렌즈 광학에 관한 전문 지식 미흡으로 혹시 일부 틀리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센 하오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다양한 대형 포맷 카메라들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회사이다, 얼마 전 글로 올렸던 토미야마 아트 파노라마 170(Tomiyama Art Panorama 170)을 제작했던 토미야마사가 카메라 사업부를 일본에서 중국으로 옮겨 상호를 바꾼 것이라는 설명을 온라인 게시글로 본 적이 있는데 정확한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SH617은 토미야마 아트 파노라마 170의 필름 홀더 부분과 거의 모든 면에서 똑같은 생김새와 구조를 가지고 있다.

 

SH617 Ground Glass Viewer & SH617 Panorama Film Back

SH617은 4x5 포맷 카메라에서 6x17 사이즈의 파노라마 사진(120 중형 롤필름 사용)을 촬영할 수 있게 고안된 조금 독특한 필름백(혹은 필름 홀더)이다. 유사한 제품으로 같은 중국계 회사인 DAYI의 Multi Format 617 필름백도 있다.(둘 다 알리익스프레스나 이베이에서 구매 가능하다.) 제품 구성은 크게 필름을 넣는 필름백 본체와 초점을 맞추기 위한 그라운드 글라스 뷰어(Ground Glass Viewer)로 나눠져 있으며 필름백 내부에 장착할 수 있는 6x9, 6x12 포맷용 마스크도 동봉되 있는데 아직 한 번도 써보진 않았다. 

 

Linhof 45 Super Rollex Film Back, 이미지 출처: https://www.bhphotovideo.com/c/product/31608-REG/Linhof_001459_45_Super_Rollex_Film.html

4x5 카메라에서 흔히 사용되는 호스만(Horseman)이나 린호프(Linhof)의 6x45~6x12 사이즈 중형 롤필름백처럼 SH617도 그라플록 백(Graflok Back) 규격을 따르고 있어 대부분의 4x5 카메라에 쉽게 장착 가능하다. 다만 이들 6x45~6x12 포맷들은 모두 4x5 시트 필름의 면적(102x127mm) 보다 작기에 문제 될 것이 없지만 6x17(60x170mm) 파노라마 포맷은 물리적으로 4x5 필름 사이즈를 넘어가기에 일반적으로 4x5 카메라에서는 촬영이 불가능하다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4x5 카메라에서 파노라마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보통 반으로 잘린 다크 슬라이더를 4x5 필름 홀더에 넣어 사용하거나 2:1 종황비를 가진 6x12 필름백으로 사진을 촬영 후 일부를 크롭(cropping)해 6x17 포맷과 같은 3:1 종횡비(aspect ratio)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을 많이 쓴다.(가장 간편하다.)

 

반면 SH617 필름백은 원래 필름이 있어야 할 촬상면을 아예 더 뒤쪽으로 배치,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확산 돠는 공간을 확보해 60x170mm이라는 실제 3:1 종횡비 사이즈를 가진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낸다. 꽤나 단순하고 효과적인 해결법이지만 이로 인해 몇 가지 문제들이 발생한다. 필름면이 정상 위치보다 약 40mm가량 뒤에 있기에 렌즈와 촬상면까지의 거리인 Flange Focal Distance(국내에서는 "플랜지백"이라 많이 불림)가 멀어지게 된다. 내 Nikkor SW 90mm F4.5 렌즈는 제조사 스펙상 97.4mm의 Flange Focal Distance를 가진다. 이 렌즈를 SH617과 함께 쓸 경우 무한대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카메라 프런트 스탠더드를 움직이든 리어 스탠더드를 움직이든 렌즈를 40mm 필름 쪽으로 이동시켜 늘어난 Flange Focal Distance를 보정해줘야 한다. 결국 정상적인 4x5 필름 홀더를 사용할 때에 비해 97.4mm-40mm= 57.4mm라는 매우 짧은 Flange Focal Distance를 가지게 되는 꼴이 된다. 이로 인해 일부 카메라들에서는 구조적 한계로 아예 무한대 초점을 제대로 얻을 수 없는 난처한 상황도 생긴다.

 

예로 최소 벨로우즈 범위가 52mm인 내 샤모니(Chamonix) 45F-2에서는 SH617과 Nikkor SW 90mm F4.5 렌즈로 무한대 초점을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벨로우즈가 상당히 압축되기에 렌즈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대형포맷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인 무브먼트 사용에 큰 제약이 걸린다. 나 같은 경우 대부분 풍경 촬영용으로 SH617을 쓰기에 많은 움직임이 필요치 않아 그냥 쓸만하다 느끼지만 상황에 따라 분명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예로 얼마 전 구입한 Wista 45SP에서는 이 90mm 렌즈를 카메라 리어 스탠더드와 가장 가까운 위치의 포커싱 레일에 올려놓아도 무한대 초점을 아예 맞출 수 없다. 카메라 내부의 수납 레일에 렌즈를 집어넣은 후 Wista 45SP의 후면 백을 움직이는 마이크로 포커스 기능을 사용하면 어찌어찌 초점을 얻을 수는 있는데 렌즈가 본체 속에 들어가 있다 보니 약간의 렌즈 틸트 외 다른 전면 움직임은 조작 조차 할 수 없다.(린호프 마스터 테크니카 2000, 3000은 내부 레일 포커싱 기능이 별도로 있는 것으로 아는데 참 부러운 부분이다.) SH617을 135mm 이하의 렌즈들과 쓸 때는 15~21mm 정도의 오목 렌즈 보드(recessed lens board)와 백 벨로우즈(bag bellows)를 조합한다면 이런 제한에서 벗어나 자유도가 훨씬 더 높아질 것 같지만 아무래도 셔터 조작의 불편함과 백 벨로우즈를 매번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카메라가 접히지 않음)이 따를 것 같아 망설이고만 있다.

 

SH617 필름백을 사용할 때 권장되는 렌즈 초점거리는 통상 72mm~180mm 정도로 한정되는데 72mm 이하 렌즈의 경우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렌즈와 필름면의 거리를 더 이상 좁힐 수 없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보다 짧은 초점거리를 가진 많은 대형포맷렌즈들이 170mm 이상의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큰 이미지서클(Image Circle)을 가지지 못하기에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겠다. 또한 617 포맷에서는 90mm 렌즈부터 이미 약간의 주변부 광량저하(Vignetting)가 발생하기에 1.5~2 스탑 범위의 센터필터(Center Filter) 사용이 권장되는 편이다. 현재 나는 센터필터 없이 그냥 쓰고 있지만 만일 90mm보다 짧은 초점거리 렌즈를 꼭 써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구입을 한번 고려해 볼 생각이긴 하다. 그러나 필터 가격이 거의 렌즈값 이상이기에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근데 6x17에서 90mm 렌즈는 135 포맷대비 이미 19mm에 이르는데 더 넓은 화각이 과연 필요할까?)

 

SH617 150mm 이상 초점거리 렌즈 사용시

반면 180mm 이상의 초점거리를 가지는 렌즈들은 필름면과 거리가 너무 멀어져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가로 기준 170mm라는 온전한 길이를 갖지 못하고 사진 이미지가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실제 나는 테스트를 해보지 않았지만 SH617을 사용하는 한 일본인 유튜버의 동영상을 참조하면 180mm 렌즈에서는 163mm, 210mm 렌즈는 159mm 정도 길이로 촬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긴 초점 거리를 가진 렌즈를 사용한다고 해서 아예 사진이 안 찍히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6x17의 3:1 종횡비에 조금씩 미치지 못하는 파노라마가 되는 것이기에 이 부분을 사용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활용성은 있어 보인다.

 

SH617 Ground Glass Viewer
SH617 Film Loading I
SH617 Film Loading II

SH617 기본 사용법은 대략 다음 절차를 따른다.

1. 4x5 카메라 기본 설치 및 제로 세팅 후 후면의 그라운드 글라스 프레임을 분리한다.

2. SH617 그라운드 글라스 뷰어를 카메라에 장착 후 촬영하고자 하는 장면의 구도를 조절하고 정확히 초점을 잡는다.

3. SH617 그라운드 글라스 뷰어를 분리 후 SH617 필름백을 카메라에 장착한다.

4. SH617 필름백을 열어 120 중형 필름(오른쪽)을 넣고 스플(왼쪽)에 걸어준 후 필름 노브를 감아 장전한다.

5. 필름백을 닫고 필름 카운터창을 열어 숫자 3이 나올 때까지 필름을 감은뒤 카운터 창을 닫는다.

6. 모든 노출 세팅을 마치고 SH617 옆면의 금속 다크 슬라이더를 뽑는다.

7. 릴리즈를 작동시켜 사진을 찍고 슬라이더를 제자리에 넣는다.

8. 이제 첫 번째 컷을 찍었으니 다음 사진을 위해 필름 카운터 창을 확인하면서 숫자 6이 나올 때까지 필름을 감아준다.(3, 6, 9, 12 순서)

위 과정을 4번 반복하면 120 포맷 필름 한롤로 총 4컷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촬영 장면과 위치를 바꿀 때마다 매번 그라운드 글라스 뷰어와 SH617 필름백의 설치와 분리를 거듭해야 하기에 여러모로 수고로움이 따른다.("이너피스"를 여러 번 외쳐야 한다.) 사용 편의면에서는 린호프 Technorama 617이나 후지 GX617처럼 별도의 뷰파인더가 있는 파노라마 전용 카메라들에 비할바가 못된다. 또한 카메라 가방 한편에 더해지는 큰 부피(뷰어: 195x120x65mm, 필름백: 270x87x57mm)와 무게(뷰어: 577g, 필름백: 1098g)도 엄청난 고통이다. 하지만 이미 4x5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면 비교적 저렴한(?) 구입 비용(현재 알리익스프레스에서 USD $778)으로 다소 제한적이지만 대형 카메라의 무브먼트를 어느 정도 활용하면서 6x17 포맷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SH617 필름백으로 촬영된 필름 사이즈 측정

여담으로 SH617 필름백으로 촬영한 사진의 필름 크기를 실제 측정해 보면 6x17 포맷이라는 말 그대로 거의 온전히 57x170mm의 사이즈를 가지거나 조금 넘기도 한다.(150mm 이하 렌즈에서...) 일반적으로 6x6 포맷의 경우 실제 필름에 노광 된 크기는 56x56mm, 6x9 포맷은 56x83mm 정도로 실측정되는 것처럼 우리가 통칭하는 포맷 사이즈에 비해 약간 작은 경우가 대부분인 것에 비교하면 뭔가 고생에 대한 소소한 보상을 얻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만일 6x17 파노라마 사진에 진심이라면 더 많은 카메라 무브먼트와 다양한 초점거리의 렌즈들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Shen-Hao TFC617 시리즈 같은 파노라마 전용 카메라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카메라도 여전히 NSH617(SH617과는 조금 구조가 다르다.)이라는 필름 홀더를 땠다 붙였다 해야 하긴 한다. Nick Cover 유튜브 채널에서 이 카메라의 사용기와 촬영법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기에 한 번쯤 방문해 보길 권한다.

 

Shen-Hao SH617 Panorama Roll Film Back Sample Photos:

Chamonix 45F-2, SH617, Nikkor SW 90mm F4.5, Kodak Portra 160

 

Chamonix 45F-2, SH617, Fujinon CM-W 125mm F5.6, Kodak Portra 160

 

Wista 45SP, SH617, Nikkor W 135mm F5.6, Kodak Portra 160

 

Chamonix 45F-2, SH617, Nikkor W 150mm F5.6, Kodak Portra 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