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 Ektar 100 & Gold 200

2022. 4. 30. 23:17Chat : 아무 이야기

잘 현상된 필름을 라이트박스에 올려놓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다.

 

최근 사진을 다시 찍기 시작하면서 마음만 먹고 계속 미루었던 필름을 써보기로 했다. 

16년 전 후지 벨비아 100F(Velvia 100F)으로 찍은 여름휴가 사진이 내 마지막 필름 사진이다.

 

처음 취미로 사진을 시작할 때부터 컬러 네거티브 필름(Color Negative Film)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흑백 필름은 간간히 썼었다.) 대부분 슬라이드 필름(Color Transparency Film)만을 고집했기에 컬러 네거티브 필름으로 사진을 찍어보는 것은 족히 20년도 넘은 것 같다. 가끔 컬러 네거티브 필름으로 꼭 촬영할 일이 있을 때는 코닥(Kodak) 필름들은 잘 쓰지 않았고 후지(Fuji) 리얼라100(Superia Reala)이나 NPC 160 정도를 썼던 것 같다. 그때는 후지 필름 특유의 살짝 낮은 색온도 표현이 더 마음에 들었었고 또 코닥이 워낙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다 보니 다소 올드스쿨한 느낌이 들어 후지필름을 주력으로 썼다는...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없는 그런 선입견을 나는 가지고 있었다.

 

Kodak Ektar 100 & Gold 200

필름 사진을 다시 찍어보기로 결심하고 검색을 해보니 135mm 컬러 네거티브 필름중 유통기한이 넉넉히 남아있고 구입 가능한 후지필름은 현실적으로 FUJIFILM 200 정도뿐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닥 골드 200을 이름만 바꿔 재포장해 유통을 시킨다는 글에 결국 코닥 엑타 100(Ektar 100)골드 200(Gold 200)을 소량 구입했다.

 

코닥 엑타 100은 핫셀블라드 XPAN에 골드 200은 라이카 MP에 각각 넣어 사용했다.

한롤당 2만원과 만오천원에 근접하는 달나라로 가버린 가격은 이제는 필름값이 아까워 디지털카메라를 꼭 사야 하는 세상이 돼버렸다. 예전에는 카메라가 비싸서 사진을 찍지 못했지 필름값이 아까워 사진을 찍지 못하지는 않았었는데 말이다.

 

코닥 엑타 시리즈는 내 기억 속에 엑타 25라는 필름이 더 친숙한데 이름처럼 초저감도(ISO 25)의 아주 고운 입자와 뛰어난 선예도 그리고 강렬한 발색을 가지고 있었던 좋은(비싼) 필름으로 유명했으나 네거티브 필름에 별로 흥미가 없었던 나에게는 그냥 "저런 것도 있구나..." 하는 정도에서 지나쳐버린 필름이었다.

 

Hasselblad Xpan 45mm Kodak Ektar 100

현재의 엑타 100이 과거의 엑타 시리즈들과 여전히 같은 재료 및 공법으로 만들어지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슬라이드 필름이 최고라는 나의 편엽한 편견과는 다르게 엑타 100은 아주 고은 입자성을 가지고 있고 좋은 콘트라스트와 암부에서의 선예도 또한 뛰어났다. 색감이야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에서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기에 별 언급할 점은 없을 것 같고 좋은 스캐너로 공들여 스캔을 한다면 대형 프린트를 해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만들어줄 것 같다. 앞으로 굳이 필름을 쓸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때때로 아날로그가 주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을 때 자주 찾게 될 그런 필름이다. 생산만 계속해준다면 말이다.   

 

leica MP 35mm Kodak Gold 200

골드 200은 생각보다는 입자가 거칠고 다소 투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까쓸까쓸한 입자감이 아니라 뭉글뭉글한?) ISO 200의 결코 고감도 필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는 입자감이 도드라지고 심하지는 않지만 암부에서 입자가 뭉쳐서 떡이지는 현상이 때때로 보이기도 한다. 좋게 표현하면 진득함(?)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샤프하지 못하다. 그냥 보급형 필름(가격은 이제 결코 보급형이 아니지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재 내가 사용하는 Plustek Opticfilm 135i 필름 스캐너가 고성능의 스캐너가 아니므로 딱잘라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엑타 100과 골드 200을 같은 해상도로 스캔을해 확대해보면 분명히 차이점이 존재한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디지털카메라로 처음 사진을 접한 세대들이라면 이런 입자감이 디지털 센서를 통한 사진들과는 차별화되기에 감성으로 와닿아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질 법도 할 것 같다.

 

괜찮은 필름도 발견했으니 이제는 틈틈이 필름 작업도 해봐야겠다.

문제는 며칠 전 엑타 100 10롤을 B&H에 주문을 넣었는데 일단 발송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이후 곧바로 Back Order 되었는데 지금 오는 필름들을 다 쓸 때까지 제발 다시 입고가 되기를 바란다.

 

여담으로 한국의 현상소들은 정말 필름을 깨끗하게 현상한다.

내가 미국에서 네거티브 필름을 거의 쓰지 않게 된 것도 필름 현상 상태가 엉망이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당시 한국보다 몇 배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 유명 전문 현상소들을 이용해봐도 유독 네거티브 필름들은 항상 스크레치가 나있고 현상액 자국이 여기저기 튀어있거나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나에게 전해졌었다.(가끔은 필름롤 전체를 아예 못 알아볼 정도로 망치기나 분실하기도 한다. 클레임을 걸어봐도 별 소용이 없다.) 이번에 한국에서 현상한 필름들에는 아주 조금의 먼지들을 제외하고는 포토샵 작업이 거의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참고 이미지 출처

https://www.bhphotovideo.com/c/product/585497-USA/Kodak_6031330_35mm_Ektar_100_Color.html

https://www.bhphotovideo.com/c/product/27712-USA/Kodak_135_36_200_Color_Print.html

 

 

 

 

'Chat : 아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Leica M11  (0) 2022.06.01
Andreas Gursky(안드레아스 거스키)  (0) 2022.05.21
XPAN에 다시 필름을...  (0) 2022.04.13
Leofoto TDC-32 & Markins TH-200  (0) 2022.04.07
Shimoda Explore V2 Backpack 25  (0) 2022.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