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9. 00:07ㆍChat : 아무 이야기
이제 겨우 2번 정도 촬영해보고 뭘 제대로 알겠냐만 그래도 지금까지 느낀 몇 가지 단점들을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1. AE-Lock(A모드에서 노출 고정)이 안된다.
싸구려 똑딱이 자동카메라들도 AE-L 기능 버튼을 별도로 제공하진 않더라도 반셔터를 누르면 초점 고정(AF-L)과 노출 고정(AE-L)이 된다. 근데 그게 애는 안된다. 매뉴얼 모드로 사용하면 되지만 그럴 거면 애당초 A모드를 만들어 놓지를 말던지...(그나마 초점 고정: AF-L은 된다.) 옵션으로 판매하는 컨트롤 그립을 장착하면 별도의 버튼을 지정해 줄 수 있어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값비싼 액세서리를 끼워 팔기 위한 상술인가?) 나는 이 그립의 디자인이 너무 싫어서 앞으로도 전혀 구입의사가 없다. 이 문제로 인해 해외 포럼에서도 원성이 자자하다. 추후 펌웨어 업그레이드에서 꼭 지원이 되길 바란다.
2. 야외 촬영 시 LCD 화면 식별이 너무 어렵다.
907X + CFV II 50C는 광학식(OVF)이건 전자식(EVF)이든 뷰파인더 자체가 없기 때문에 모든 촬영은 후면의 LCD 창에 의존해야 한다. 실내에서야 별 문제가 없지만 야외의 직사광선 아래서는 이 LCD 화면으로 촬영을 하기가 너무너무 힘이 든다. 손으로 가리고 모자로 가리고 난리가 난다. 주변 사람들이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웃옷을 벗어서 덮어쓰고(마치 대형 카메라의 암막처럼) 촬영을 해야 할 지경이다. 구입하기 전 이 문제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당해보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우선 대안으로 Hoodman사의 HoodLoupe를 주문해놓긴 했지만 이걸로 과연 해결이 될까 싶기도 하고 촬영을 할 때 들고 다녀야 할 것이 또 하나 늘어난다는 것이 불편하다. 이 HoodLoupe도 삼각대를 설치해놓은 상태에서 양손에 여유가 있을 때나 사용이 가능하지 핸드핼드(Hand-Held Shooting) 촬영 시나 일상의 거리 스냅 등에서는 거의 노-룩(No Look) 샷에 가깝게 촬영을 할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혹여나 핫셀블라드에서 전용 전자식 뷰파인더 혹은 LCD 후드를 출시해주면 두말 않고 당장 구입하고 싶을 정도이다.
3. Live View에서 히스토그램(Histogram) 정보의 부재.
나는 처음에 내가 설정을 잘못해서 히스토그램 표시가 안 되는 줄 알았다. 메뉴를 아무리 들여다보고 매뉴얼을 뒤져도 언급이 없어 해외 포럼을 찾아보니 역시 깔끔하게 지원하지 않는다.(이건 진짜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내가 필름 카메라만을 오랫동안 사용했고 디지털카메라는 아직 초보라지만 많은 시간 동안 필름 스캔을 해왔고 포토샵을 이용해서 디지털 이미지를 다루어왔기에 히스토그램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잘 알고 있다. 필름을 스캔 후에도 포토샵으로 넘어왔을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히스토그램을 확인하는 것이다.
작은 + - 표시의 카메라 노출계에 의존하는 것보다 촬영 시 라이브 뷰의 히스토그램을 보면서 노출을 조절해주는 것이 정말 편리한 기능인데 이것이 되지 않는다. 물론 촬영한 후 그 결과물에 대한 히스토그램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매번 촬영 후 이미지를 재생하고 히스토그램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안 그래도 야외에서 LCD 화면이 보기 힘든데 라이브 뷰에서 히스토그램이라도 보여주면 최소한 노출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 정도 사라지지 않을까? 이 부분도 추후 펌웨어 업데이트에서 꼭 지원되길 바란다.(그게 기술적으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4. 가짜(Fake) 자르기(Crop) 모드?
이걸 단점이라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해당되므로 푸념을 해본다.
907X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Hasselblad XPAN 전용 아답터를 사용해 기존 내 XPAN 렌즈들로 파노라마 촬영을 할 수 있다는 달콤한 선전(?) 때문이었다. 물론 아답터는 잘 작동하고 사진도 잘 찍힌다.
907X 메뉴의 자르기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종류의 포맷을 선택할 수 있고 여기서 XPAN을 선택하면 라이브 뷰에서 XPAN의 65:24 비율로 화면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하게 LCD 화면상 시뮬레이션되는 것일 뿐이며 실제 RAW 파일은 크롭(Crop)이 전혀 되지 않은 포맷으로 기록이 된다는 점이다. 촬영 후 편집을 위해 라이트룸(Lightroom)이나 포토샵으로 불러왔을 때 XPAN 포맷으로 크롭이 되어있지 않은 사진들을 보고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물론 내가 65:24 비율을 사용자 정의해서 크롭을 해주면 된다. 하지만 뭔가 약간의 눈속임을 당한 기분이랄까? 촬영 시에 신나게 찍었던 장면이 아닌 다른 비율의 사진을 컴퓨터에서 마주했을 때의 그 어색함이란...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게 장단점이 있는 것이 RAW 파일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 어떤 변형도 가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재로 한다면 이것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긴 하다.(크롭은 추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다고 No Crop RAW 파일, Cropped RAW 파일을 따로따로 생성을 한다는 것도 메모리카드에 차지하는 파일 크기나 속도 등에서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해외 포럼들에서도 논의가 거의 없다시피 했고 Adobe사의 게시판에 어느 X1D II 50C(907X의 자매 뻘 카메라) 유저가 라이트룸에서 이 카메라로 크롭 촬영한 사진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편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글이 남아있긴 했다.
내 생각에는 Adobe의 문제라기보다는 핫셀블라드에서 Adobe나 기타 사진 편집 앱을 제작하는 회사들에게 크롭 모드별로 각각의 카메라 프로파일(Profile)이나 플러그인을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비싼 렌즈 아답터도 끼워 팔았는데 그 정도 수고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핫셀블라드 사의 자체 편집 앱인 Phocus에서는 어떻게 되는지 확인을 해보지 못했는데 이 Phocus의 인터페이스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한번 들여다보고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안 그래도 포토샵만 쓰다가 최근 생소한 라이트룸을 붙잡고 씨름하는 것도 골치가 아파 죽을 지경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이 907X와 보내야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느낀 치명적(?) 단점들 위주로 적어보았다. 이 외에 자잘한 부분들도 있지만 사용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으므로 크게 개념치는 않는다. 아무래도 실용성보다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중요시하는 콘셉트의 카메라라고 여겨지므로 그 용도에 맞추어 사용하는 것이 실망하지 않고 잘 사용하는 길일 것이다.
아무리 감성도 좋지만 되어야할것은 되게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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